중학생때 창가의 햇빛이 따뜻하게 비춰들어오는 작은 학교 안의 도서관에 들어가면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듯 했다. 수많은 책들 속에서 보물을 찾는 기분이 들곤 했다.
류시화의 책은 순전히 제목에 끌렸었다. <지구별 여행자> 한창 사춘기 소녀였던 내게 지구를 별이라 부르고 여행하는 곳이라는 시선은 새로웠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온 내게 세상 밖을 돌아다니는 류시화씨는 작가라기 보다는 여행가로 보였고 자유로운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도 중학생때 읽었고 이후로 대학생 때 몇권의 시집이 나온 것을 보면서 시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득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제목에 이끌려 책을 꺼내들었는데 류시화의 신간이었다.
마음이 정처없을 때여서 그랬는지 그의 글자들이 마음에 콕콕 박힌다.
어릴 때는 그저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가로 보였는데
지금은 여행이나 일상 속에서 그가 얼마나 성찰하고 마음을 챙기려고 분투하였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p. 28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마음과 가슴이 열린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도 마음은 그 하나를 전체로 만든다.
삶에서 겪는 문제 대부분이 그런식으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더 중요한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p. 48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p.5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p.39
상처가 되는 경험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자기 존재의 방향을 찾기 위해, 즉 삶을 진지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온 기회이다.
만약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것과 비슷한 또 다른 경험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p.144
생각은 언어민큼이나 쉽게 전염된다.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고유의 생각'들은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과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생각들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이것은 나야'라거나 '이것은 내가 아냐'라고 말할 때
그것은 어디까지 참일까?
혹시 외부와 상호작용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인데도
내가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가상의 고정된 나를 만들어 놓고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이 자기 착각은 가장 알아차리기 어렵다.
p.244
왜 붙잡으려 하는가?
떠나는 것은 떠나게 하고 끝난 것은 끝나게 하라.
결국 너의 것이라면 언젠가는 네게로 돌아올 것이니.
고통은 너를 떠나는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네 마음에 있다.
놓아버려야 할 것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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